작은 아씨들, 조는 왜 에이미를 바로 용서하지 못했을까
사과를 받았는데도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상처받은 쪽이 오히려 자기 마음을 재촉하게 되기도 한다. 이제 그만 화를 내야 하나 싶어서다. 조의 원고가 타버린 장면에서는 그 재촉을 잠시 멈추게 된다.
조가 잃은 것은 몇 년 동안 써온 이야기의 유일한 원고였다. 『작은 아씨들』에서 에이미는 외출에 끼워주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그 원고를 태운다. 조가 곧바로 용서하지 못한 까닭은 그 손실의 크기에 있다. 사과를 들어도 사라진 문장과 출판에 대한 기대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갈등은 책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 자매가 얼어붙은 강으로 나가면서 조의 분노는 동생의 안전과 맞닿는다. 이 장은 원고를 잃은 슬픔, 사과 뒤에도 남는 감정, 위험 앞에서 한 선택을 차례로 보여준다.
아래 내용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원작 소설 1부 8장을 기준으로 하며, 해당 장의 주요 사건과 화해 장면을 포함한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가 잃은 여섯 편의 이야기
에이미는 조와 메그가 로리와 함께 극장에 가는 자리에 끼고 싶어 한다. 조가 거칠게 거절하자 에이미는 보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실제로 조의 원고를 태운다. 우연히 망가뜨린 것도, 장난을 치다가 실수한 것도 아니다.
원작에서 그 원고는 동화 여섯 편을 모은 책이다. 조는 언젠가 인쇄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 정성을 들였고, 최근 깨끗하게 옮겨 쓴 뒤 옛 원고를 없앤 상태였다. 에이미가 태운 것은 남아 있던 유일한 원고였던 셈이다. 조가 다시 쓸 수 없다고 절규하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조에게 그 책은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에이미는 언니가 가장 아낀다는 사실을 알고 원고를 골랐다. 종이를 새로 구한다고 해서 그 위에 쌓인 문장과 시행착오도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사과 뒤에 다시 서운해진 에이미
엄마에게 잘못을 깨우친 에이미는 조에게 용서를 구한다. 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동생을 외면한다. 그런데 이때 에이미의 마음도 다시 움직인다. 화해하려던 시도가 거절되자 자신이 굽히고 들어간 일을 후회하고, 오히려 자신이 더 나은 태도를 보였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원작은 에이미의 후회뿐 아니라 그 뒤의 불만까지 보여준다.
원작에 묘사된 에이미의 마음에는 후회와 조급함이 함께 보인다. 잘못을 인정했으니 언니도 자신을 받아주리라 기대했지만, 조는 여전히 에이미를 외면한다. 에이미는 관계를 빨리 되돌리고 싶고 조는 잃은 원고에 머물러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싸움의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에이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먼저 화해를 청했다는 사실이고, 조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가이다. 사과한 쪽이 대화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사과를 받은 쪽은 손실을 받아들이는 중일 수 있다.
조가 금방 웃어주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사과한 에이미에게 남은 어려움이다. 자신이 굽혔다는 사실만 바라보면 언니가 아직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는 뒤로 밀린다. 원작은 사과 한마디 뒤에도 갈등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시간을 보여준다.
강 위에서는 다른 책임이 생긴다
갈등은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에서 위험해진다. 로리는 강 가운데 얼음이 안전하지 않으니 가장자리 가까이에 있으라고 외친다. 조는 경고를 듣지만 에이미는 듣지 못한다. 조는 동생에게 다시 알려주지 않고, 에이미는 강 가운데로 나아갔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진다. 로리가 구조를 이끌고 조도 힘을 보태 동생을 구한다.
조는 아직 동생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위험을 알려줄 수는 있었다. 원고를 잃은 데 대한 분노가 남아 있는 것과, 에이미에게 얼음이 얇다고 말하는 일은 함께 가능했기 때문이다.
원고가 불탔다는 말을 듣고 에이미를 거칠게 흔들고 때렸을 때에도 조의 분노는 이미 다른 상처를 만들었다. 강에서 동생을 잃을 뻔한 뒤 조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신의 성미다. 이야기는 여기서 두 사람의 화해와 조가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대화로 옮겨간다.
엄마도 화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고 뒤 조는 자신의 성미가 무서워졌다고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그러자 마치 부인은 자신도 거의 매일 화가 나며, 오랫동안 그것을 다스리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조가 늘 차분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에게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조는 엄마가 때때로 입을 굳게 다물고 방을 나가던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부인은 거친 말이 튀어나오려 할 때 잠깐 자리를 떠났다고 설명한다. 원작은 이 고백이 조에게 위로가 되고, 다시 노력해보려는 마음을 북돋운다고 서술한다.
이 대화의 힘은 엄마가 완벽한 사람의 자리에서만 충고하지 않는 데 있다. 조는 자신이 엄마와 전혀 다른, 고칠 수 없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게 된다. 닮은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조에게는 구체적인 도움이 된다.
이 장은 잠에서 깬 에이미와 조가 서로를 껴안으며 끝난다. 서술자는 그 포옹과 입맞춤 속에서 모든 것이 용서되고 잊혔다고 정리한다. 동생을 잃을 뻔한 두려움이 조의 마음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된 셈이다.
조는 에이미를 다시 안지만 불에 탄 이야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두 자매가 화해하는 장면에 안도하면서도 벽난로에 남은 원고가 마음에 걸린다. 이 장의 다정함과 아픔은 끝까지 같은 자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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