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 원작 결말, 진실이 드러나도 행진은 왜 계속됐을까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자리에서 나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면 질문 하나도 조심스러워진다. 잘 모르겠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주위의 표정부터 살피게 된다. 임금님의 옷감은 바로 그 망설임을 파고든다.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임금님은 행진을 계속한다. 안데르센의 원작 결말에서 그는 백성들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행렬은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하들도 없는 옷자락을 계속 받든다. 이 마지막 장면을 체면을 지키려는 선택으로 읽으면, 모두가 알게 된 사실조차 행동을 곧바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불편함이 남는다.

남덴마크대학교 안데르센 센터, 「벌거벗은 임금님」 진 허숄트 영어 번역

안데르센 센터가 공개한 진 허숄트의 영어 번역을 바탕으로, 마지막 행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거슬러 올라가보자.

벌거벗은 임금님 원작 결말로 이어지는 옷감의 조건

사기꾼들은 아름다운 옷감을 짤 수 있다고만 말하지 않는다. 자기 직책에 맞지 않거나 몹시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그 옷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인다. 임금님은 이것으로 신하들의 자격을 가려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 순간 옷감을 살피는 일은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이 된다. 안 보인다고 말하면 물건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기꾼들이 만든 함정은 눈을 속이는 기술보다,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에 있다.

먼저 찾아간 늙은 신하는 베틀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지혜와 직책을 의심받을까 두려워 옷감을 칭찬한다. 나중에 임금님에게 설명하려고 색과 무늬에 대한 사기꾼들의 말도 귀담아듣는다. 그가 가져가는 보고에는 직접 본 것 대신 남에게 들은 설명이 들어간다.

안경을 쓴 늙은 신하가 실과 옷감이 없는 나무 베틀을 바라보고, 두 직조공이 베틀을 향해 손짓하는 수채화풍 삽화.

신하의 보고는 직접 확인하고 온 사람의 말로 전달된다. 그러나 보고의 내용은 사기꾼에게 들은 설명이다. 자신이 실제로 본 빈 베틀은 빼놓은 채, 보지 못한 색과 무늬를 임금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모두의 칭찬이 모두의 믿음은 아니다

심리학의 ‘다원적 무지’라는 개념을 빌리면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사람들은 모호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판단의 단서로 삼는다. 그런데 그 다른 사람들 역시 서로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라면, 모두가 남의 겉모습을 근거로 상황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 Noba의 심리학 교육 자료는 이런 과정을 다원적 무지의 한 모습으로 설명한다.

Noba, 다원적 무지 설명

이 개념을 작품에 대입하면 칭찬이 쌓이는 과정이 선명해진다. 신하들은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감이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말까지 같은 사정에서 나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게 안 보인다는 사실과 옷 자체가 없다는 판단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신하들은 보지 못한 이유를 자기 능력에서 찾느라, 사기꾼들이 내건 조건을 의심할 기회를 놓친다.

그 결과 칭찬의 수는 늘어나지만 확인된 사실은 늘어나지 않는다. 각자 다른 사람이 보았으리라 믿으며 같은 보고를 보태기 때문이다.

아이가 바꾼 것은 시력이 아니라 대화였다

거리의 아이는 임금님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속삭임으로 옮겨가고, 마침내 군중도 같은 내용을 외친다. 아이의 발언이 나오자 갑자기 옷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눈앞의 광경보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의 말은 속삭임으로 옮겨 다니다 군중의 외침이 된다. 자신만 못 본다고 여기던 사람들에게 다른 이의 관찰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혼자 품고 있던 의심이 함께 말할 수 있는 사실로 바뀐다.

하지만 군중의 말이 달라진 뒤에도 행렬은 멈추지 않는다. 원작 마지막에는 임금님이 계속 걸어가고, 신하들이 실제로는 없는 옷자락을 높이 받드는 모습이 남는다. 임금님이 사과하거나 사기꾼을 처벌하는 후일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임금님은 백성들의 말이 맞을 가능성을 느끼지만, 그에 맞게 행동을 고치지는 않는다. 이를 체면의 문제로 읽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다. 멈추는 순간에는 옷감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 옷을 칭찬하고 행진을 준비한 자신의 선택도 돌아봐야 한다.

군중은 이전과 다른 말을 하는데 궁정 사람들은 이전과 같은 일을 한다. 손에 잡히는 옷자락도 없이 그것을 높이 들어 올린다. 사기꾼이 짠 옷은 없었지만, 그 옷을 위해 만들어둔 행렬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군중은 이제 사실을 말하는데, 신하들의 손은 여전히 없는 옷자락을 받치고 있다. 그 우스운 모양을 보고 웃다가도 잠깐 멈추게 된다. 잘못을 알아차린 뒤의 한 걸음이, 알아차리는 일보다 더 어려울 때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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