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원작 결말, 물거품이 된 뒤에는 어떻게 됐을까
어릴 때 들은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유난히 오래 남는다. 인어공주라면 바다 위의 물거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원작을 펼치면, 끝이라고 기억하던 자리에서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진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주인공이 물거품이 되는 장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죽일 수 있는 칼을 버리고 바다로 뛰어든 뒤, ‘공기의 딸들’과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선한 일을 통해 불멸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곧바로 영혼을 얻은 것도, 왕자와 다시 만나는 것도 아니다.
원작 결말을 기억할 때 빠뜨리기 쉬운 부분이 바로 이 다음 길이다. 왕자의 사랑을 얻는 데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인어공주의 존재 전체를 끝내지는 않는다. 이 글은 안데르센 센터가 공개한 진 허숄트의 영어 번역을 바탕으로 원작의 마지막 선택과 그 의미를 읽는다. 「인어공주」 원작 번역
인어공주 원작 결말은 물거품 다음에도 이어진다
왕자는 다른 나라의 공주와 결혼한다. 인어공주가 바다 마녀에게 들었던 조건에 따르면, 왕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다음 날 아침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야 한다. 결혼식 뒤의 밤은 마지막 밤이 된다.
언니들은 머리카락을 마녀에게 주고 받아온 칼을 가져온다. 해가 뜨기 전에 왕자를 죽이면 인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제안이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칼을 바다에 던지고 자신도 물속으로 뛰어든다.
해가 떠오른 뒤, 이야기는 예상했던 소멸에서 방향을 바꾼다. 인어공주는 공중에 떠 있는 존재들을 보고 자신도 그들과 같은 모습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이들은 공기의 딸들이며, 삼백 년 동안 선한 일을 하면 불멸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슬픈 결말인가, 행복한 결말인가’라는 질문에는 두 감정이 함께 남는다. 인어공주는 사랑한 사람과 결혼하지 못했고, 바다의 가족에게 돌아가지도 못했다. 동시에 완전히 사라지는 운명에서는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얻었다. 잃은 것과 이어지는 것이 모두 있는 결말이다.
왕자만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인어공주에게 영혼이 왜 중요했는지 보려면 이야기를 조금 앞쪽으로 되돌려야 한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만나기 전부터 인간 세계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 위에 무엇이 있는지 듣고 싶어 하고, 자신의 세계 밖을 궁금해한다.
할머니는 인어가 삼백 년을 살 수 있어도 죽으면 거품이 되며, 인간에게는 죽음 뒤에도 이어지는 영혼이 있다고 설명한다. 인어가 영혼을 얻으려면 인간의 깊은 사랑을 받아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도 들려준다.
이 설명을 알고 나면 왕자를 향한 바람에는 여러 겹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 인간 세계에 속하고 싶은 마음, 죽음 뒤에도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겹쳐 있다. 왕자의 선택 하나에 걸린 것이 결혼만은 아닌 셈이다.
그렇기에 결말에서 영혼을 얻을 다른 가능성이 열리는 일은 중요하다. 처음에는 자신을 사랑해줄 한 사람에게 달려 있던 목표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선한 행동과 연결된다. 나는 이 변화를 왕비가 되지 못한 뒤에도 계속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읽고 싶다. 사랑을 얻지 못했다는 결론 밖에, 아직 살아갈 시간이 남는다.
목소리를 잃은 채 가까워진 두 사람
인어공주는 인간의 다리를 얻는 대가로 목소리를 내준다. 다리를 갖고 걸을 때는 심한 고통도 겪는다. 왕자 곁에 갈 수 있는 몸을 얻지만, 그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왕자는 인어공주를 아끼며 가까이 둔다. 그러나 자신을 구했다고 믿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인어공주가 바다에서 구해 해변에 옮긴 뒤 그를 발견한 소녀다. 왕자는 그 소녀를 다시 만나고, 그가 이웃 나라의 공주임을 알게 되어 결혼한다.
독자는 실제로 누가 그를 구했는지 알고 있지만 왕자는 모른다. 같은 장면을 두고 인물과 독자가 가진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왕자의 기쁜 말이 인어공주에게 얼마나 아프게 들릴지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왕자가 진실을 알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구조받은 사실을 아는 일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같지 않다. 인어공주가 치른 희생을 인정하는 것과, 왕자가 그 보답으로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원작에서 왕자는 인어공주가 치른 대가를 모두 알고도 이용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인어공주를 아끼는 마음은 있지만, 그가 품은 바람과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서로를 아는 관계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장면을 답답하게 만든다.
칼을 버린 손에 남은 선택
마지막 밤, 인어공주는 잠든 왕자와 신부를 바라본다. 왕자는 잠결에 신부의 이름을 부른다. 인어공주는 칼을 쥔 채 망설이다가 파도 멀리 던진다.
왜 죽이지 않았는지에 대해 원작은 긴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 잠든 두 사람을 보고, 왕자의 마음이 신부에게 향해 있음을 확인한 뒤 칼을 놓는 행동을 보여준다. 나는 여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을 되돌려놓지는 않겠다는 선택을 읽는다. 원작 속 행동에 붙인 해석이다.
언니들이 가져온 칼은 인어공주가 잃은 몸과 가족, 남은 삶을 되찾을 기회였다. 그래서 칼을 버리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만히 있는 장면과는 다르다. 되돌아갈 방법이 주어졌지만 그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이다.
그 선택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해서, 자기 목소리와 삶을 포기하는 희생 전체를 사랑의 기준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인어공주가 마지막에 보여준 태도와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간 조건은 따로 살펴볼 수 있다. 누군가를 해치지 않겠다는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사랑받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대가는 가혹했다고 느낄 수 있다.
공기의 딸들이 된 뒤에도 즉시 모든 고통이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영혼을 얻기까지 긴 시간이 남고, 원작 마지막에는 아이들의 선하거나 나쁜 행동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진다는 교훈적인 설명도 붙는다. 지금의 독자에게는 이 대목의 도덕적 보상과 벌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물거품 뒤의 장면을 읽으면 이야기의 중심이 조금 옮겨간다. 더는 왕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만이 인어공주의 마지막을 결정하지 않는다. 왕자의 결혼식은 끝났지만 인어공주에게는 앞으로 할 일이 생긴다. 이 동화의 마지막 페이지에 남는 것은 사랑에 실패한 사람의 빈자리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존재를 이어가려는 주인공이다.
댓글
댓글 쓰기